39.3% – 독일 대학생이 규정학기에 졸업하는 비율

요즘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하는 말 중에 5학년은 필수, 6학년은 선택이란 씁쓸하고 자조섞인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졸업시기가 자꾸 늦어지는데. 이것도 선진국(?)을 닮아 가고 있는 중 인가요?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독일 대학 들어가기는 우리나라 대학 들어가기 보단 훨씬 수월합니다, 웬만하면. 다만 언제 졸업할 수 있을런지는 하나님만 안다는 말이 독일 대학생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농담 중에 하나입니다.

최근 독일 통계청은 2012년도 독일 대학생들이 정규학기(주로 8학기) 내에 졸업하는 비율이 39.3% 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약 60%의 대학생들은 그 보다 훨씬 나중에 졸업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주된 이유는 생활비와 새로 바뀐 학위 제도의 장단점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규정학기 내에 졸업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학과마다 상이하며, 좀 더 깊게 파고 들어가면 학교 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의학과(치의예과 제외)가 정규학기 내에 졸업하는 비율이 60,5%로 가장 높았으며 그 뒤를 교육학, 심리학, 생물학, 화학 등이 준수하게 40% 이상의 비율을 보여 주고 있는 반면 독문학, 영문학, 철학, 체육학 등은 아주 저조한 비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고 다른나라에서도 의학과는 공부가 힘들다고 하는데 어떻게 정규학기 졸업생 비율이 가장 높을까요? 또 심리학이나 생물학, 화학 등의 학과도 공부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예상보다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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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별 규정학기 졸업생 비율 / 출처: 독일 통계청, Die Zeit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대표적인 이유는 대학 입학 과정이 다르다는 걸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독일 대학의 일반 학과들은 솔직히 정원이란 개념이 희박합니다. 예를 들어 독문학과의 경우 수 천명의 학생들이 한 대학에 등록할 수 있습니다. 경영학과나 경제학과도 마찬가지로 대형 강당에서 수백 또는  수 천명이 모여 강의를 듣습니다.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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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어권 대학들의 강의 모습 / 출처:Tagesanzeiger

 

그런데 일부학과의 경우는 과거 ZVS(Zentralstelle für die Vergabe von Studienplätzen, 현재는  Stiftung für Hochschulzulassung) 라는 기관에서’입학정원 제한학과’ 라고 해서 입학생 숫자를 제한하여 선발해서 각 대학으로 배분합니다. 위 그래프에서 비교적 정규학기 내 졸업 비율이 높은 학과들 중 대표적으로 의예과, 치의예과, 수의학과, 심리학과, 생물학과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이런 학과들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대학 경쟁율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나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며 당연히 전제조건은 좋은 고등학교 졸업시험(Abitur, 아비투어)성적이 있어야만 합니다. 여담으로 독일 대학은 전학(?)이 가능합니다. 북쪽의 함부르크 대학교에 다니다가 남쪽의 뮌헨 대학교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정원에 구애받지 않은 학과에 다니는 학생은 커다란 어려움 없이 전학이 가능하지만 정원의 제한을 받는 학과의 학생들은 자기의 입장(학과, 학기수, 원하는 대학)과 맞는 학생과 자리 맞교환을 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독일 대학의 학위는 Magister/Diplom과 Doktor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많은 대학과 학과에서는 Magister/Diplom과 Doktor 과정을 제공하지만 2000년 중반 부터 일부 지방 정부에서 대학 학위 제도를 미국식(BA, Master)으로 교체하여 대학 졸업 시기를 좀 더 앞당겨서 조기에 사회진출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변경하였지만 이에 대한 거부감과 문제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솔직히 지방정부가 학위 제도를 바꾼 근본적인 이유는 과도한 교육재정의 부담 때문이라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독일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요즘 독일에서는 상반된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산업계에서는 고등교육을 받은 전문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고, 일부 다른 산업계에서는 학생들이 대학에 너무 많이 진학해서 기초 산업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래봤자 대학 진학율이 40% 정도 밖에 되지 않되는데, 하여튼 둘 다 사람이 없다고 난리인데  이는 아직까지 독일 경제가 유럽에서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출처) 독일 통계청, Die Zeit, Statista